정량 지표가 중심이 되는 아웃소싱 계약 방식의 변화
KPIㆍSLA 도입 배경과 산업별 도입 사례 분석
일회성 계약에서 장기성과 기반 파트너십으로의 이동
정부 차원 표준 계약서 제공, KPI·SLA 지침 마련, 공정 거래질서 확립 시급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기존의 단순 인력 지원 중심 아웃소싱에서 벗어나, 기업이 원하는 구체적 성과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 기반 계약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핵심은 공급업체가 계약 기간 내 성과를 달성해야 대금을 지급받는 구조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가지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와 SLA(Service Level Agreement, 서비스 수준 합의서)다.
KPI는 달성해야 할 성과 수치를 중심으로 계약을 설계하는 방식이며, SLA는 응답시간, 가용성, 처리속도 등 서비스 이행 기준을 문서화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도구다. 기업은 KPI로 결과를 측정하고 SLA로 이행을 통제하는 이중 구조를 통해 계약의 안정성과 성과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아웃소싱을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전략적 성과 창출 수단으로 재정의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최근 고용서비스 혁신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성과 기반 아웃소싱은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IT, 물류, 고객지원 등 정량적 성과 측정이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계약 모델이 다양화되고 있다.
■ 성과 중심 아웃소싱 확산…분야별 구체 사례 등장
성과 기반 계약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공정한 KPI 설정이 필수적이다. 각 아웃소싱 분야별로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배송 지연율, 반품 처리 속도, 재고 회전율 등이 핵심 지표로 설정되며, 한 유통 대기업은 하루 3회 이상 배송 성공률 95% 이상을 기준으로 물류 파트너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HR 아웃소싱은 채용 성공률, 이직률, 온보딩 교육 수료율, 지원자-직무 적합도, 채용 소요 기간, 정규직 전환율 등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한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HR 대행사에 3개월 이내 이직률 10% 이하 조건을 부여하고 성과 미달 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청소·미화, 경비·보안, 시설관리, 병원 위생 등 관리 분야에서는 위생검사 합격률, 출입 오류율, 고장 대응 시간, 정기 점검 이행률, 민원 처리 시간, 장비 노후화 관리 비율, 위험 요소 사전 제거율 등 정량적 수치로 성과를 판단하며, 기준 미달 시 수수료 감액이나 재계약 배제가 이루어진다.
판매·판촉 분야에서는 일매출 달성률, 재구매율, 프로모션 반응률, 고객 유입 전환율, 체험 구매율, 지역별 매출 편차율, 구매자 만족도 지수, 제품 리콜 발생률, 온라인·오프라인 채널별 매출 구성비 등이 KPI로 설정되고 있으며, 한 식품기업은 매출 80% 달성 시 기본 수수료 보장, 초과 달성 시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KPI 기반 계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평가기관을 통한 성과 검증이나 정기 결과 공유 방식이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공급업체의 실행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과 중심 계약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SLA(Service Level Agreement, 서비스 수준 합의서)의 도입이 중요하다.
■ SLA 기반 계약 모델의 확산
성과 중심 계약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SLA(Service Level Agreement, 서비스 수준 합의서)의 도입이 중요하다. SLA는 서비스 품질과 이행 기준을 사전에 합의해 분쟁을 줄이고,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게 한다.
SLA에 포함되는 주요 항목으로는 ▲서비스 제공 범위(Scope of Service) ▲성과 수준 목표(Service Level Objectives) ▲응답 및 처리 시간(Response & Resolution Time) ▲측정 지표 및 평가 주기(Metrics & Review Cycle) ▲예외 조항 및 면책 조건(Exceptions & Liabilities) ▲보상 및 패널티 기준(Penalties & Incentives) ▲분쟁 해결 절차(Dispute Resolution) 등이 있으며, 이는 계약 당사자 간 책임과 기대 수준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기 위해 반드시 포함된다.
한 국내 금융사는 고객 응대 SLA에 ‘30초 이내 응대’, ‘1차 해결률 85% 이상’을 설정하고 매월 실적을 분석해 보상 또는 감액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도입 이후 고객 만족도가 20% 이상 상승했다.
물류 업계에서는 출고 지연률 3% 이하, 주문 6시간 내 출고율 90% 이상 등의 SLA를 통해 실시간 성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IT 분야에서는 시스템 가용성 99.9%, 장애 발생 30분 내 복구 개시 등을 기준으로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 일회성 계약에서 장기 성과 중심 파트너십으로 전환
성과 중심 계약 확산은 단기 위탁에서 벗어나, 장기 협력과 책임 분담 기반의 파트너십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업체는 단순 업무 수행이 아닌 전략 수립부터 성과 분석, 개선안 도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고객사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경기대 경영학과 이대성 겸임교수는 “결과 기반 계약은 공급사 입장에서 위험이 큰 방식이지만, 높은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기업에겐 기회로 작용한다”며 “신뢰 중심의 장기 파트너십이 아웃소싱 시장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KPI·SLA 이중 구조, 성과 중심 계약의 핵심
전문가들은 성과 중심 계약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장치로 KPI와 SLA의 체계적 설계와 실행력을 꼽는다. KPI는 성과 측정 기준을 제공하고, SLA는 서비스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며, 두 지표는 함께 작동해 계약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현재는 기업별로 KPI와 SLA 기준이 상이해 공급업체의 혼선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표준 계약서 제공, KPI·SLA 지침 마련, 공정 거래질서 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대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성과 중심 계약은 아웃소싱 생태계 전반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핵심 도구”라며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