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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간은 아끼는 게 아니라 골라 쓴다”…‘선택적 시간 소비’가 바꾼 아웃소싱 경쟁법

배송·반품 방식 없으면 구매 포기…편의성이 상품 가격과 매출 좌우


오픈런에는 몇 시간도 감수…소비자는 불필요한 시간과 가치 있는 시간 구분

생성형 AI, 검색·비교·일정 조정까지 대행…‘결정의 외주화’ 시장 확대

처리 건수보다 줄어든 대기·재문의·재작업 측정해야…성과지표 전환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소비자는 음식 배달이 늦어지는 것은 참지 못하면서도 한정판 상품이나 인기 공연을 위해서는 몇 시간씩 기다린다. 서로 모순돼 보이지만 판단 기준은 분명하다. 원하지 않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은 돈을 내고 줄이는 반면, 가치 있다고 여긴 경험에는 시간까지 지불하는 ‘선택적 시간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배송·배달·구독·가사서비스 등 편의산업이 성장하는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나 인력의 노동시간만이 아니다. 이동하고 찾고 비교하고 일정을 맞추며, 실패했을 때 다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서비스 제공자에게 맡기고 있다.


KB경영연구소 방석훈 책임연구원이 8월 31일 공개한 ‘시간은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골라 쓰는 것’ 보고서는 편의 추구와 대기 감수가 충돌하는 소비성향이 아니라 대상별 기대가치와 마찰 비용을 다르게 평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웃소싱 기업이 무엇을 대신하고 어떤 성과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 시간 절약은 이미 가격이 됐다

DHL의 ‘2026 전자상거래 동향 보고서’는 29개국 온라인 쇼핑객 2만9000명을 조사했다. DHL이 함께 공개한 배송·반품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선호하는 배송 방식이 없으면 구매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원하는 반품 방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구매를 포기한다는 비율도 73%에 달했다.


모건스탠리의 2024년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가 편의성을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평균적으로 최대 5%를 더 지불할 의향도 나타냈다. 배송과 반품이 상품 구매 이후의 부대 업무가 아니라 가격과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서비스가 된 셈이다.


편의성의 범위도 단순히 빨라지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배송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 대신 얼마나 많은 동선과 연락, 재처리를 없애주는지가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기다림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반대편에는 오픈런과 현장 대기, 치열한 온라인 예매가 있다. 희소한 상품이나 공연,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는 돈과 함께 시간·집중력·실패 위험을 지불한다. 대기 과정이 팬덤 참여나 현장 경험으로 받아들여지면 시간은 손실이 아니라 상품 가치의 일부가 된다.


문제는 대기를 회피하려는 수요가 대리 예매와 암표 거래 같은 음성적 외주 시장으로 번질 때다. 국세청은 2025년 11월 전문 암표업자 17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간과 실패 위험을 돈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접근권 자체를 거래하는 시장으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2026년 8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연법은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방해해 재판매 목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는 행위와 부정판매를 금지한다. 부정판매자에게는 판매금액의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행서비스가 고객의 수고를 줄이는 정상적인 외주화인지, 공정한 접근 기회를 침해하는 거래인지 구분해야 할 이유다.


■ 소비자는 시간을 아끼기보다 불쾌한 시간을 줄인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7월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은 하루 평균 11시간 32분을 수면·식사·개인유지 등 필수 활동에 사용하고 여가에는 5시간 8분을 썼다. 식사와 대면 교제, 걷기·산책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대표 활동으로 조사됐다.


모든 30분의 가치가 같지 않다는 뜻이다. 출퇴근이나 반복적인 검색, 예약 변경과 민원 처리는 줄이고 싶지만 취미와 산책,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늘리고 싶어 한다. 시간 절약형 서비스의 가치는 고객에게 시간을 얼마나 남겨줬느냐보다 어떤 시간을 돌려줬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 참가자 6271명을 분석한 ‘시간 구매가 행복을 증진한다’ 연구에서는 청소나 심부름처럼 싫어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에 돈을 쓴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의 현장실험에서도 물건을 살 때보다 시간을 절약해주는 서비스를 샀을 때 긍정적 감정이 더 높게 측정됐다. 다만 관찰조사에서 확인된 연관성만으로 모든 시간 절약 소비가 행복을 직접 높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생성형 AI는 검색과 비교, 일정 조정까지 대신하며 아웃소싱의 범위를 판단 단계로 넓히고 있다. 기업은 자동화의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고객의 최종 결정권과 사람의 개입 통로를 보장해야 한다. (사진은 AI가 생성)

■ AI는 ‘손발의 외주화’를 ‘결정의 외주화’로 넓힌다

그동안 아웃소싱은 배송·청소·고객상담처럼 사람이 직접 하던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생성형 AI와 쇼핑 에이전트는 그 범위를 상품 탐색과 비교, 일정 조정, 구매 후보 압축 같은 판단 단계까지 넓히고 있다. 고객이 직접 검색하고 조건을 대조하는 시간까지 서비스가 대신하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6년 4월 30일 발표한 ‘2025 한국미디어패널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7.7%, 새로 이용한 사람은 16.8%였다. 이용 의향은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잠재 이용자도 72.9%로 조사됐다. AI 활용이 일부 적극 이용자를 넘어 대중시장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는 신호다.


맥킨지의 2026년 5월 미국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이용자의 63%는 브랜드·모델·가격·후기를 비교하는 데 AI를 사용했다. 55%는 상품 정보를 학습하고 46%는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데 활용했다. AI가 선택지를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방식에는 56%가 편안함을 느꼈지만, 생필품의 반복 구매를 AI가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에는 47%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아마존은 자사 쇼핑 AI 루퍼스를 사용한 고객이 해당 쇼핑 과정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미이용자보다 60%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용자의 성향 차이가 포함될 수 있어 AI 사용이 구매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루퍼스는 2026년 5월 ‘쇼핑용 알렉사’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상품 비교와 가격 추적, 장바구니 추가 등 행동형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 아웃소싱 성과지표도 ‘고객이 덜 한 일’을 측정해야 한다

선택적 시간 소비가 확산하면 아웃소싱 서비스의 성과지표도 달라져야 한다. 처리 건수와 평균 응답시간, 인건비 절감률만으로는 고객이 얻은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고객의 검색 횟수와 대기시간, 재문의율, 일정 변경 횟수, 문제 해결까지 필요한 접촉 단계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예컨대 고객센터는 통화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보다 한 번의 접촉으로 문제를 끝내는 편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배송서비스도 도착 속도뿐 아니라 시간대 선택권과 위치 변경, 실시간 안내, 반품 편의성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가사·돌봄서비스에서는 서비스 수행 시간보다 고객이 확보한 연속 휴식시간과 일정 예측 가능성이 더 실질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장정빈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 주임교수는 “앞으로 아웃소싱 기업의 경쟁력은 몇 명을 투입했는지가 아니라 고객의 하루에서 어떤 불편과 불확실성을 제거했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아낀 시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전후의 대기와 이동, 반복 접촉, 재작업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에 판단을 맡기는 서비스일수록 최종 결정권과 설명 책임은 고객에게 남겨둬야 한다”며 “추천 이유를 공개하고 언제든 사람이 개입할 수 있게 설계해야 편의성이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편리함이 시간 격차를 키우지 않도록 해야

시간 절약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접근성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빠른 배송이나 우선 상담, 자동 예약 기능을 제공하면 소득과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시간의 격차가 벌어진다. 편의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같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더 오래 기다리고 더 많이 이동해야 한다.


2014년 한국노동패널 부가조사를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소득계층에 따른 시간 빈곤 결정요인 분석’은 같은 노동시간이라도 가사와 돌봄 부담, 가구 구성 등에 따라 시간 빈곤 위험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 실제로는 같은 조건의 자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에는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와 별개로 고령자·장애인·디지털 취약계층이 기본 서비스를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설계할 책임이 있다. 전화와 대면 창구를 유지하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줄이며, 자동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신속히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적 시간 소비는 시간을 무조건 줄이는 유행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과 반복적인 결정을 외부에 맡기고, 자신에게 중요한 경험에는 시간을 집중하려는 재배치다.


앞으로 아웃소싱 기업이 판매해야 할 것도 단순한 인력과 처리 속도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되찾도록 번거로움을 줄이고, 그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까지 책임지는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 기사의 이해를 돕는 Q&A


Q1. ‘선택적 시간 소비’란 무엇인가?


소비자가 모든 시간을 무조건 아끼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낮거나 번거로운 일에 쓰는 시간은 돈을 내고 줄이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소비 방식이다. 음식 배달과 가사서비스는 이용하면서도 인기 공연이나 한정판 상품을 위해 오래 기다리는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Q2. 소비자가 편의서비스에 돈을 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서비스를 빨리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상품 검색과 비교, 이동, 일정 조정, 문의, 반품, 재처리처럼 소비자가 직접 감당해야 했던 번거로움과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편의서비스가 판매하는 핵심 상품은 ‘절약된 시간’과 ‘줄어든 수고’라고 볼 수 있다.


Q3. 생성형 AI는 시간 소비와 아웃소싱 시장을 어떻게 바꾸나?


기존 아웃소싱이 배송·청소·상담 등 사람의 손발을 대신하는 데 집중했다면 생성형 AI는 상품 검색과 비교, 일정 조정, 구매 후보 선정까지 맡는다. 업무 실행뿐 아니라 결정에 필요한 탐색 과정까지 외부 시스템에 맡기는 ‘결정의 외주화’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최종 선택권과 책임은 이용자에게 남겨두는 장치가 필요하다.


Q4. 아웃소싱 기업은 어떤 성과지표를 새로 도입해야 하나?


처리 건수와 평균 응답시간, 투입 인원, 인건비 절감률만으로는 고객이 체감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고객의 대기시간과 이동 횟수, 재문의율, 일정 변경, 반복 접촉, 재작업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가’에서 ‘고객이 얼마나 덜 수고하게 됐는가’로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Q5. 시간 절약 서비스가 사회적 격차를 키울 가능성은 없나?


유료 이용자에게만 빠른 배송이나 우선 상담, 자동 예약을 제공하면 소득과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시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은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더 오래 기다리거나 더 많이 이동해야 할 수 있다. 기업은 전화·대면 창구와 사람의 개입 경로를 유지해 누구나 기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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