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의 그림자, 불법고용과 신뢰 하락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265만여 명 중 불법체류자는 약 39만7,000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국인은 약 6만1,900명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제주지역에서만 1만여 명이 발생해 도내 불법체류자의 90%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국인 무비자 관광 입국을 허용하는 지자체다. 이 같은 수치는 무비자 제도와 불법체류 간의 일정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불법체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관광객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함께 공존한다. 이런 상황 속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일부 업체들이 ‘단기 수익’에 눈이 멀어, 무비자 입국 제도를 틈타 불법체류자나 자격 미달 외국인을 무분별하게 고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있다.
파견이나 도급 방식으로 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해당 외국인이 취업 가능한 비자인지, 국내 합법 체류자인지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경우 공급업체는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고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된다.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체류 자격, 즉 비자 종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비자 유형에 한해 제한적으로 취업이 허용된다.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취득하고 있는 비자에 따라 채용 가능 여부와 가능 직종, 기간이 상이하다.
현재 고용 현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비자는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이다. E-9 비자는 정부 간 협약에 따라 도입된 고용허가제의 대상자로,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 등에서 주로 고용되며, 인력 수급의 부족을 이유로 일정 규모 내에서만 채용이 허용된다.
반면 H-2 비자는 주로 중국·CIS 지역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발급되며, 상대적으로 취업 가능 업종이 더 넓고, 도심 내 서비스 업종에서도 활용되는 빈도가 높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제도 정비로 일부 업종에서는 H-2 인력 활용이 제한되는 추세다.
전문 기술 인력을 채용할 때는 ‘특정활동(E-7)’ 비자가 주로 사용된다. 이 비자는 조리사, 설계사, 프로그래머 등 일정 수준의 학력이나 경력을 요하는 직종에서 활용되며, 일반 생산직이나 단순 서비스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구직활동을 위한 ‘D-10’ 비자, 장기 거주 외국인을 위한 ‘F-2(거주)’나 결혼이민자에게 발급되는 ‘F-6(결혼이민)’, 재외동포 대상의 ‘F-4’ 비자도 있다. 특히 F-4(재외동포) 비자는 도심 서비스 업종에서 사실상 ‘프리패스’ 비자라 불릴 만큼 폭넓게 활용 가능해, 숙련 판매직 수급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관광비자(C-3)나 단기방문비자(B-2)와 같이 취업이 불가능한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 고용에 해당된다.
체류 자격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 인력을 투입할 경우, 고용주와 아웃소싱 기업 모두 형사처벌과 과태료, 사업등록 취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한 서비스 품질 저하와 고객 불만이 고스란히 원청 브랜드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명품 매장에서 응대를 못해 고객이 항의하거나, 중국 고객의 세금 환급 문의를 이해하지 못해 되돌려보낸 일이 반복되면, 피해는 아웃소싱 업체가 아니라 유통기업이 입는다.
결국, 외국인 고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일할 수 있는 비자인가’라는 점이며, 이는 단기 수요 충족보다 우선되어야 할 법적 기준이자 업계 신뢰의 첫 단추다.
■ ‘단기 충원’이 아닌 ‘신뢰 구축’이 경쟁력
이제 아웃소싱 산업은 단순히 인력을 ‘채워 넣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은 분명 유통업계에 단기 매출 기회를 안겨주지만, 아웃소싱 기업에게는 그보다 더 큰 과제를 던진다. ‘얼마나 많이 보내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가’가 업계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무비자 입국은 한시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를 통해 아웃소싱 기업이 달라질 수 있다면, 단기 특수는 장기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전문화된 인력풀’ 구축이다. 단순히 말이 통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태도와 접객 방식을 훈련받은 외국인 응대 전문 인력을 선별해 관리해야 한다. 특히 환불 안내, 세금 환급 절차, 제품 특장점 설명 등 실무 중심 교육이 필수다.
둘째, 사전 검증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출입국 기록, 체류 비자 유형, 취업 가능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 불법고용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때문에 시스템을 통한 검증이 필수다. 예를들어 외국인등록증·체류정보를 QR로 연동해 인력 출근 시 자동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 등인 담당 관리자의 업무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체계적인 외국인근로자 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셋째, 현장 중심의 피드백 루프(Loop)도 필요하다. 클레임 발생 시 즉각적 보고와 조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하고, 현장 평판을 정기적으로 반영해 인력 교체·보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기 투입 → 현장 불만 → 즉시 교체 → 다시 무경험 인력 투입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이 모든 관리 역량을 ‘서비스 기준서’와 ‘품질 매뉴얼’로 외부 고객사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웃소싱이 단순히 사람만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경험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서비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면, 결국 브랜드를 대신하는 품질과 신뢰로 말해야 한다.
9개월짜리 특수는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웃소싱 기업이 어떤 구조와 기준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9년이 달라진다.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건 인력 충원이 아니라 구조 전환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은 단순한 고객 유입이 아닌, 산업 전반의 서비스 기준을 다시 묻는 일이다.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번 특수는 단기 매출을 남기는 대신, 장기 리스크를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