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실업·구직 포기자 속출…청년층 노동시장 이탈 가속화
자발적 단시간 근로는 증가…청년 고용구조 대전환 신호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한 '쉬었음' 청년 인구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서는 등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최근 청년 고용시장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28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으며,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의미하는 구인배수도 역대 최저 수준인 0.28까지 하락하는 등 채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 '쉬었음' 청년 인구 사상 첫 50만명 돌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쉬었음' 상태의 청년 인구는 50.4만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육아, 가사, 취업준비 등과 같은 명확한 사유 없이 최근 1주일간 '특별한 일 없이 쉬었음'으로 응답한 상태로, 통계청은 이를 비경제활동 인구 중 노동시장과 단절된 유휴 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청년 '쉬었음' 인구는 2년 연속 증가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청년층의 사회 진입 지연과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기활력 저하라는 부정적 영향을 낳을 수 있다.
이 중 25~29세가 전체의 절반 이상(51.4%),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가 64.7%를 차지하는 등 고학력·후기청년층에서 증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의 71.4%는 과거 취업 경험이 있었으나 다시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 단시간 근로자 증가…자발적 선택 확산
동일 기간 청년층 임금근로자는 374.1만명에서 353만명으로 5.6% 감소했으나, 주 36시간 미만 근로하는 단시간근로자는 122.5만명에서 128.5만명으로 오히려 6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34.4만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청년층 비중도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계유지보다는 학업 병행, 자기계발, 워라밸 추구 등 개인 중심의 삶의 방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2020년 58.7%에서 2024년 70.9%로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청년층의 일자리 선택이 양보다는 유연성과 개인생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구직의 끝없는 터널, 청년 장기실업자 다시 늘어
한편 최근 4년간 감소하던 청년 장기실업자(구직기간 4개월 이상)가 2024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며 노동시장 이력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장기실업자 22.7만명 중 청년층이 6.9만명으로 30.2%를 차지했으며, 3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 이상(52.5%)에 달한다.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확률은 낮아지고, 구직단념 가능성은 커진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고용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유휴 청년에 대한 고용지원 확대 필요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비취업 청년들에 대한 맞춤형 고용지원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 중심의 직무훈련, 청년 일경험 확대 사업 등을 통해 이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자발적 단시간 근로가 양질의 일자리로 확산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체계 전반을 개편해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의 매칭률을 높이고,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는 신기술 분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기대 경영학과 이대성 겸임교수는 "청년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 대책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직업훈련, 노동시장 유연성, 청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