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이력서 보던 인사담당자 깜짝 놀란 이유국내 한 정보기술(IT) 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구직이력서를 살펴보던 중 깜짝 놀랐다. 일부 지원자가 인공지능(AI) 프로필 앱을 통해 만든 사진을 제출한 것이다. 만화 속 등장인물처럼 비현실적인 사진을 본 임직원들은 지원자가 혹시 장난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했다. A씨는 “젊은 층 사이에서 ‘AI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I 프로필을 취업 이력서에 사용하는 지원자 때문에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AI 프로필 사진을 가려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구직자들은 성의 없는 증명사진보다 AI를 이용한 프로필 사진이 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요즘 유행 중인 대표 AI 프로필 앱은 총 4종이다. 네이버 계열사의 ‘스노우’와 ‘라인’, 카카오의 ‘비 디스커버’, 패러닷의 ‘캐럿’ 등이 있다. 사용자가 개인 사진 1~20장을 앱에 첨부하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한다. 화장한 얼굴, 다양한 머리 스타일·복장 등 서로 다른 모습의 증명사진 약 30장이 만들어진다.
일반 사진관에서 프로필 촬영을 할 경우 5만~20만원의 비용이 든다. 별도로 의상을 챙겨야 하고 얼굴 화장과 머리 미용 등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AI 프로필은 1900~1만원에 가능하다.
AI 프로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SNS 인증까지 할 정도로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지난 5월 AI 프로필 출시 후 두 달 동안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 측은 “스노우 매출은 AI 프로필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6.1% 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도한 보정 사진은 취업시장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취업 정보업체 사람인이 2019년 기업 38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38.1%)에서 ‘과도한 보정을 한 사진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일부 취업 준비생은 일반 사진관 프로필 사진도 보정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AI 프로필 사진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긴다. 대학원생 김윤희 씨(26)는 “보다 돋보이는 외모가 서류 심사를 통과하는 데 유리할 것 같다”며 “기존의 포토샵 보정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본인 확인이 어려운 AI 프로필 사진을 신분증에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본인 확인이 어려운 보정 사진이 주민등록증에 쓰이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사진 규격을 엄격히 적용해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